• 북마크
아이뉴스엠

문화

밴드 송골매, 32년 만에 마지막 '비상'…"20대로 돌아간 듯"

로그인 후 추천 / 비추천 가능
  • 목록

배철수·구창모 전성기 '투톱' 의기투합…1980년대 히트곡 줄줄이

송골매로 다시 뭉친 배철수-구창모
송골매로 다시 뭉친 배철수-구창모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밴드 송골매의 배철수, 구창모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신한pLay 스퀘어에서 열린 송골매의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7.6 ryousanta@yna.co.kr

(기사제공=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하지만 시간은 정해져 있고 우리도 언젠가는 늙어가겠지 흐르는 세월은 잡을 수 없네…."

히트곡 '모여라' 가사 그대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두 가수는 어느덧 일흔을 넘보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들이 다시금 무대에서 의기투합하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바로 1980년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록 밴드 송골매 이야기다.

송골매는 1979년 록 밴드 활주로 출신 배철수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3년 뒤인 1982년 홍익대 록 밴드 블랙테트라의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하며 밴드의 전성기를 맞았다.

송골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 '빗물', '모여라', '모두 다 사랑하리'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인기를 누렸다.

1982년 발표된 2집 타이틀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당시 KBS '가요톱텐'에서 5주간 1위를 차지하는 등 히트를 했다.

송골매는 그러나 1990년 9집을 마지막으로 긴 휴식에 들어갔다. 리더 배철수는 같은 해 진행을 맡은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하며 국민 DJ로 사랑받았다.

그러던 송골매가 9집 기준 32년, 팀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배철수·구창모 '투톱 체제' 이래 38년 만에 K팝 공연의 성지로 꼽히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투어 콘서트로 11일 다시금 날아올랐다.

송골매를 상징하는 커다란 날개 모양 무대에 등장한 배철수와 구창모는 히트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여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배철수는 검은 가죽 재킷, 구창모는 흰 재킷 차림으로 무대 좌우편에서 각각 등장해 하이 파이브로 팀의 부활을 알렸다. 두 사람 모두 1980년대 청춘의 상징인 청바지를 입어 눈에 띄었다.

객석은 20·30대부터 백발 노년까지 1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들로 꽉 찼고, 50·60대 여성 팬들은 '송골매'라고 쓰인 야광 응원봉을 흔들며 명절 후유증도 잊고 소녀 팬으로 돌아갔다.

구창모는 특유의 미성과 세월에도 생채기 나지 않은 맑은 보컬을 과시하며 고음을 죽죽 뽑아냈다. 시종일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발로 박자를 타다가도 고음을 내지를 때는 눈을 질끈 감고 목에 핏대도 세웠다. 배철수는 허스키하면서도 장난기 섞인 목소리를 들려주며 관객을 1980년대 추억 속으로 안내했다.

이들은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세상만사', '처음부터 사랑했네', '빗물' 등 1980년대를 수놓은 히트곡을 줄줄이 쏟아냈다.

구창모는 38년 만에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감동 탓인지 꾸밈없는 행복한 미소를 공연 내내 숨기지 못했다.

그는 "저는 지금 살이 떨릴 정도로 흥분된 상태"라며 "흥분하다 보니 박자도 조금 놓쳤다. 오늘 비가 오는데도 이렇게 많은 분이 저희를 환영해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도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배철수는 30년 넘게 장수 라디오 DJ로 활약하는 만큼, 이날 공연에서 입담을 마음껏 과시했다.

배철수는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다"며 "확실한 것은 무대에서 오늘 헤어 스타일도 바꾸고 기타도 메고 있으니 20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시 뭉친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로 팬들 만난다
다시 뭉친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로 팬들 만난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밴드 송골매의 배철수, 구창모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신한pLay 스퀘어에서 열린 송골매의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7.6 ryousanta@yna.co.kr

또 "그때는(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장발이 유행했었다"며 "여기 있는 분 중에서도 장발을 길러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머리를 기르지 않았으면 대한민국 남자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날 국내 방송 역사상 최악의 사고 가운데 하나로 전해지는 1983년 KBS '젊음의 행진' 감전 사고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꺼냈다.

"노래하려고 마이크를 잡으려는데 그때 누가 마이크를 비뚤게 놨어요. 그냥 노래하면 되는 것을 제가 성격이 반듯하다 보니 똑바로 놓으려고 잡았다가 감전이 된 거죠. 그때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그때 갔으면(사망했으면) 오늘 공연도 안 됐을 것 아닙니까." (배철수)

그는 그러면서 39년 전 사고 당시 부르려던 노래인 '그대는 나는'을 부르기에 앞서 "저에겐 정말 인연이 깊은 곡"이라고 소개했고, "그(감전) 영상을 10년 이상 보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이날 공연에서는 배철수의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구창모의 '방황'·'희나리' 등 두 사람의 솔로 히트곡도 들을 수 있었다. 송골매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가창한 '외로운 들꽃' 무대도 선보여 특별함을 더했다.

송골매는 히트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두 다 사랑하리'를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부산, 대구, 광주, 인천에서 전국투어를 이어간다.

송골매의 프런트 맨 이자 '지주'인 배철수가 이번 투어를 마지막으로 음악을 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에, 이번 콘서트는 사실상 밴드의 마지막 '비상'인 셈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건(59)씨는 "내가 20대 때 송골매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멋있는 사람들이었다"며 "TV에 오랜만에 배철수와 구창모가 함께 나와서 가슴이 뭉클했는데 공연까지 한다고 해 예매했다. 송골매를 보고 죽기 전에 악기 하나를 배워서 다루는 게 꿈이 됐다"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대한민국 록 콘서트 가운데 오늘이 관객 연령이 제일 높을 것 같은데요? 하하." (배철수)

tsl@yna.co.kr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21 건 - 5 페이지
2023.01
20

한겨레의 교묘한 꼬리자르기?...“김만배와 비상식적 돈거래,회사에 보고 하지 않아 몰랐다”

한겨레, 2017년 기자 간 폭행 살인 사건도 은폐 축소 시도해 비난받아...한겨레신문은 20일 대장동 개발비리의 ‘키맨’인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거액의 돈거래를 한 편집국 간부 이모 씨에 대한 진상조사 중간결과를 공개하면서, 이씨…

2023.01
16

디즈니, 흑인 인어공주 동화책 출판?...네티즌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냐"

네티즌 "최근 미국 영화계의 pc 행보가 너무 심하다"라며 비판 쇄도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라온 '흑인 인어공주 동화책' 관련 내용(사진= 트위터)2023년 5월 개봉 예정인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판 영화(사진= 디즈니) PC(Politica…

2023.01
14

최영미, '성추행' 주역 고은 문단 복귀에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

최영미 시인. 최 시인이 12일 '성추행' 관련해 일절 사과 없이 문단에 복귀한 고은 시인을 비판했다. [사진=최영미 페이스북]최영미 시인이 '성추행' 관련 사과 없이 지난해 말 책 두 권을 낸 고은 시인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최 시인은 1…

2023.01
11

한겨레, 김만배 '9억 금전거래' 편집국 기자 해고...진상조사에 외부인 참여키로

한겨레신문이 10일 지면 1면에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 김만배로부터 9억 금전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난 전 편집국 간부 A씨 관련 입장문을 냈다. [사진=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은 10일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

2023.01
06

아이브 립싱크 논란, 장원영과 이서 무대에..."발라드 립싱크는 처음 본다" 비판 확산

네티즌 "가요대제전에서 립싱크라니" 등 대부분 부정적 반응 보여'립싱크' 논란이 일고 있는 아이브 멤버 장원영과 이서의 2022년 연말 시상식 무대(사진= 유튜브 캡쳐)아이브 멤버 장원영과 이서가 지난달 31일 방송된 가요대제전에서 립싱크를 했다는 의…

2023.01
02

교황 제의 입은 베네딕토 16세 사진 공개…팔리움은 없어

교황 제의 입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바티칸 AP=연합뉴스) 교황청 공보실이 1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2022.1.1 photo@yna.co.kr(기사제공=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교황청이 베네딕…

2022.12
26

1천500년 역사 속 사명대사와도 인연…'고성 건봉사지' 사적된다

'보류' 이후 4년 만에 가결…"삼국시대부터 존속·불교 미술사 연구에도 표본"'고성 건봉사지' 모습2016년에 촬영한 사진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기사제공=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신라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

2022.12
25

교황, 성탄전야 미사…"전쟁에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 기억하자"

3년만에 인원 제한 없는 성탄 전야 미사…성베드로 대성전서 7천명 참례우크라이나 직접 언급 없어…"올해 크리스마스엔 꼭 좋은 일 하세요"성탄 전야 미사 강론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바티칸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

2022.12
22

[삶] 시인 정호승 "한국서 정치만 낙후…자기들 집단이익만 추구"

"시인은 이슬만 먹고 살지 않아…자녀 학비 정도는 벌어야""중학교 선생님 칭찬에 시 시작…사람들 눈물 씻어주고 싶다"(기사제공=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시인 정호승(72)은 솔직하고 맑고 따뜻한 사람이다. 그는 시대의 아픔과 인간의 고통을 …

2022.12
19

그 많던 일상툰은 어디 갔을까…'드라마화 어렵다' 업계 외면

소소한 이야기로 독자 지갑 열기 힘들어…"주요 플랫폼서 스토리물에 밀려나"(기사제공=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툰 초창기에는 '스노우캣', '마린블루스'처럼 개인 홈페이지에 일상을 공유하는 그림일기 형식의 작품이 많았다.작가가 주인공이며 자신이…

2022.12
16

[2022결산] 세계가 주목한 한국 클래식·뮤지컬·웹툰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임윤찬 등 젊은 연주자 대활약창작뮤지컬 해외 진출도…문인·웹툰 작가들도 세계서 주목(기사제공=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김경윤 임지우 기자 = 올해는 임윤찬 등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 정상급 콩쿠르를 잇달아 석권하며 'K-클래식…

2022.12
13

[문화소식]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상징사전-토끼편' 발간

문화재청 '봉수' 조명 학술대회·명무 국수호 13일 기획공연소규모 국비지원 발굴조사 성과 학술대회'한국민속상징사전-토끼편'[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기사제공=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상징사전-토끼편'…

2022.12
05

인류무형유산 목록에 47건 새로 등재…2023년 회의는 보츠와나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폐막…'한국의 탈춤' 등 대표목록 39건 포함독일 현대무용, 논의 끝에 등재…"향후 등재기준 방향에 영향 미칠 듯"풍자와 해학 담긴 탈춤, 한국 22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 됐다(서울=연합뉴스) 풍자와 해학이 어우러진 우리의 탈춤이…

2022.12
01

신명 나는 탈춤의 흥과 멋…한국의 22번째 인류무형유산 됐다(종합)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등재 확정…풍자·해학 어우러진 '종합예술'통영오광대·봉산탈춤 등 18개 탈춤 포함…"전 세계가 함께하는 유산으로"탈춤의 한 종류인 '예천청단놀음'[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기사제공=서…

2022.11
27

'삼국유사'·'내방가사' 등 3건, 세계기록유산 아태 목록 등재

'123만의 기적' 태안 유류피해 관련 기록물도 포함…지역목록 6건으로 늘어삼국유사[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기사제공=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리 고대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인 '삼국유사' 등 기록물 3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