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재택치료 100만명 웃돌듯…단 한명의 참정권 침해도 없어야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8일 오후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3만9천626명 늘어 누적 313만4천45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2.2.28 [THE MOMENT OF YONHAPNEWS] seephoto@yna.co.kr
(기사제공=서울/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28일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200만 명에서 300만 명대로 올라서는 데 걸린 기간이 불과 일주일이다.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서 치료를 받는 재택치료자 수는 하루 만에 3만 명 가까이 늘면서 80만 명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대유행이 이달 말부터 내달 중순 사이에 정점에 도달하고, 이때 하루 최대 20만∼33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대선 당일인 내달 9일에는 재택치료자 수가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100만 명은 이번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4천419만7천692명)의 2%를 넘는다.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등 양강 후보가 막판까지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안갯속 판세를 이어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대선 결과를 바꿔놓기에도 부족하지 않은 수치라 할 수 있겠다. 현 단계에서 방역 못지않게 확진자 투표 관리 대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이 코로나19로 제약되는 일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선 시계는 이날도 쉴 새 없이 흐르고 있다. 6일간의 재외투표가 마무리되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됐다. 내달 3일부터 투표 마감 시점인 9일 오후 6시까지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다. 막바지 표심 흐름을 감지할 수 없는 '블랙아웃' 기간이다. 당초 우려됐던 확진자와 격리자의 참정권 침해 문제는 지난 16일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일단 해결됐다. 이에 따라 확진자와 격리자는 9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30분간 투표소에서 비확진자와 별도로 투표할 수 있다. 애초 여야는 당일 9시까지로 3시간 연장하려 했으나 중앙선관위가 인력 사정과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해 시간이 조정됐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2일 차인 5일에 한해 확진자의 투표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후속 조치도 지난 25일 내놨다. 사전투표를 원하는 확진자는 5일 오후 6시 전까지 사전투표소에 도착해야 한다. 또 '확진자 등 투표안내 문자·SNS', '성명이 기재된 PCR 검사 양성 통지문자·SNS' 또는 '입원·격리 통지서' 등을 제시해 본인이 확진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어 마스크를 잠시 내려 신분증명서로 본인 여부를 확인한 뒤 '선거인 본인 여부 확인서'를 작성하고 별도 설치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큰 틀의 원칙일 뿐 세부 지침은 여전히 부족해 확진자 투표 관리가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우선 엄청난 규모의 확진자를 감당할 행정력이 갖춰져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될 때 수십만 명 정도로 예상됐던 선거일 재택치료자가 이제 100만 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1시간 30분 만에 투표가 가능한지 당국은 다시 한번 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확진자 투표 규정이 유권자에게 충분히 전달됐는지도 의문이다. 농어촌의 교통 약자들은 보건소의 허가를 받아 당일 오후 6시 전에도 투표할 수 있다지만 홍보 기간이 짧았던 탓에 그러한 내용을 모르는 유권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확진자가 처한 상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워낙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세부 매뉴얼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진영 대결이 심하고 선거 이후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런 마당에 확진자의 참정권 침해 시비까지 불거지면 투표 결과 왜곡 논란과 함께 자칫 대선 불복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행정력의 미비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도록 하는 것이 그런 불행을 막는 길임을 선관위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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