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엠] 이성빈의 데스크 시선 –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직책의 진중함에 대하여...
(사진제공= 이성빈, 아이뉴스엠 편집국장겸논설실장)
한덕수 총리의 행보가 여러 매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요 핵심 내용은 총리로서의 정체성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초대총리로 한덕수를 지명할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정통경제관료의 이미지와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FTA체결에 핵심역할을 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처신했던 정책수행결과를 종합해보면 기회주의자이면서 출세 지향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았다.
또 한 총리는 김영삼, 김대중정부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다양한 직책을 수행했지만 유독 문재인 정부 시절만 그의 능력에 비해 중용되지 않은 점이 이채롭다. 아마도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7일간 그가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미국산 소고기 협상 때의 그의 행보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
어찌 되었든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조직의 빠른 구성과 다수인 야당이 청문회를 통해 총리인준을 거부했을 경우 국정 전반의 틀이 흔들릴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신의 한수로 윤석열 정부가 들고나온 카드가 한덕수 총리 카드였다. 그럼에도 야당의 지속적인 발목잡기로 총리지명 후 무려 48일 만에 임명되는 고충을 겪기도 했다.
문제는 그의 행보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밀고 있는 책임총리제의 총리가 국무조정실장인선을 문재인 정부 경제수석 출신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을 발탁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힘 원내대표와 국무총리 간의 힘겨루기 모양이 연출되어 국민들의 정치적 피로감이 급격히 상승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국무조정실장의 지명이 자신의 소신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고 새 정부는 전임 정부 경제수석이면서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물로 지목되어있는 윤 수석을 국무조정실장으로 받아들이기 불편할 뿐 아니라 그의 발탁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결국은 자진사퇴라는 형식으로 일단락이 되기는 했지만 앞으로의 국정운영에도 좋지 않은 선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아직은 정권 초기라 뭐라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보다는 비정상, 비상식의 정상화가 우선이라 크게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이런 형태의 행보가 이어진다면 당, 정이 만만치 않은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국정쇄신과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 정책이 한창인 지난 16일 한 총리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했다. 명분은 총리로서 전임대통령을 예방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한 자리라고 했지만 뭔가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와 차별화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탈원전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 및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등 전임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와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총리의 양산 방문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 해도 전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음에도 아무리 예의성 발언이라고 하지만 ‘국정운영에 조언을 구하겠다.’ 는 말은 국민 정서와 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한 총리는 평산 마을 주변의 집회와 시위에 관해서 ‘금도를 넘는 욕설과 불법 시위는 엄정하게 처리 되어야 한다’. 는 말을 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현직 대통령 집 앞에서 도대체 뭘 보복하겠다는 지도 모를 ‘보복 시위’가 유튜브 언론사인 서울의 소리에 의해 진행 중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던 총리가 아무런 맥락도 없이 평산마을 전임 대통령 사저 앞의 시위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이 화근이 된 모양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여.야 공히 7건이나 되는 집시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이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 사안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살피는 진정성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미묘한 시기에 한쪽으로 치우친듯한 발언이나 행동은 대중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한 총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중책을 담당하고 있는 국무총리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 자신의 정치적인 인기몰이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의 불만과 부담 나아가서 새 정부 국정운영 방향의 신뢰성까지 의심하게 만든다면 찬찬히 이 상황을 복기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전임대통령을 예방이라는 아젠다를 세팅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예방과 옥중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예방이 선행된 다음에 양산으로 가는 것이 순서가 아닌지도 한 총리에게 묻고 싶다.
조용히 잊혀져서 살고 싶다는 전임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 자체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현재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일을 하는 것을 가지고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한 총리의 이번 행보는 시기가 그리 좋지 않고 거기서 했던 발언에 대한 평가도 냉소적인 것이 사실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았다.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갈 수도 있는 이번 한 총리의 평산마을 방문에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새 정부가 소위 말하는 ‘신적폐청산’이라는 화두를 깨고 나가는데 자칫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일 것이다. 국민들이 불러내어 국민들이 선택한 윤석열 정부의 시대적 책무는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내고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는 일임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울러 이번 일을 너무 침소봉대한다고 반발할 수도 있지만 세상사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현재의 난맥상을 하나 둘씩 풀어나가기 위한 동력의 원천은 민심이 그 첫째요 그 다음은 바로 총리와 정부부처가 혼연일체가 되어 국정의 빅 픽쳐를 뒷받침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권교체전의 지난 5년 설마 설마했던 거의 모든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자 국민들은 한동안 집단 멘붕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처음부터 민심이 국정의 심판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수반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에 가까운 진실을 위정자들은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탁월한 능력과 실력까지 겸비한 한 총리의 시의 적절한 분발을 촉구해 본다.
아이뉴스엠 편집국장겸 논설실장 이 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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