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엠] 이성빈의 데스크 시선 –4.10총선이 주는 교훈
(사진제공 = 이성빈, 아이뉴스엠 편집국장겸논설실장)
4.10총선이 끝났다. ‘그들은 비열했지만 승리했고 우리는 우아했지만 패배했다.’ 이번에 총선 결과는 출구조사가 발표되면서부터 충격적이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결과를 바라보는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사전 투표 때부터 ‘선거부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의구심은 현재 진행형이다. 총체적 위기다.
이번에는 당일 투표함에도 작업을 했다는 ‘자유시민TV’의 주장도 있다. 선관위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예외없이 민의를 왜곡했다는 의혹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다양하게 나올 것이고 결국은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을 역사가 어떻게 기억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아는가? 놀랍게도 이번 총선은 지난번 총선보다 무려 5석이나 더 얻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보수우파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탓에 그 실망감이 배가되어 출구조사에서 느꼈던 패배의식과 허탈함이 더 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부족했고 현실에 대한 절박함이 없었으며, 자기효능감마저 바닥이었다. 게다가 대한민국 국민의 민도에 대한 과대평가까지 있었으니 선거부정을 논하기 전에 보수 진영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은 물론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악평도 나온다. 그래도 결과로 과정을 만드는 어리석음은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취할 행동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개헌저지선 확보와 거부권 행사 가능 탄핵 저지 정도다. 단 국민의 힘 내부에 색깔을 숨기고 있는 ‘쥐들’이 색깔을 바꾸지 않는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지금보다 더 열악한 지난 정부도 견뎌냈는데 의석수도 늘어나고 더군다나 행정부가 우리쪽에 있으니 비관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지금부터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보수 재건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릴것인지 깊은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다. 더군다나 패장은 말이 없는 법이다. 정작 선거에 별다른 역할도 하지 않고 얼마나 잘 하는지 냉소로 지켜보던 여권 중진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언행에 총선에 졌다는 우울함보다 내부 총질러의 단어 하나 하나가 폐부를 찌른다. 이런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한겨울 칼바람 보다 매정하고, 항상 등뒤에서 칼을 겨누고 있는 무림의 세계처럼 잔혹한 것이다. 거기다 잔인한 스승이기도 하다.
논평, 평가랍시고 말하는 수준은 전혀 어른스럽지도, 지도자의 품격조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먼저 자신을 돌아볼 줄아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전체득표율의 5.4% 차이가 161:90석의 차이로 나타났다. 소선구제의 한계다. 선거부정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패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처절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역대 최초로 임기내내 여소야대의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상당 부분 자초한 면도 있다. 의료개혁, 이종섭호주대사 사건, 황상무수석발언, 대파발언까지 이슈에 대한 대응방식이 아마추어리즘의 극치였다. 국힘당 역시 총체적 선거전략 부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하고 비대위원장의 경험 부족과 비대위원들의 내부분열, 공천문제까지 철저히 복기해서 바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주저 앉아 좌절하거나 값싼 동정에 기대어 징징거릴 시간이 없다.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벌써부터 대권플랜을 가동시킨다고 한다. 조국혁신당과 손잡고 윤석열 정부를 집중공격해 임기 단축까지 시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까지 밝혔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아무리 정치판이라도 부끄러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후흑학’의 최고 정점에 오른 두 사람이 만일 대권에 도전하는 일이 생긴다면 용호상박 비기가 총출동하는 한편의 무협지가 쓰여질 전망이다. 국민에게는 역겨운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다. 항간엔 벌써부터 둘 중 한사람이 대권을 거머쥐면 셀프 사면을 통해 함께 win-win 하겠다는 말까지 들린다. 어처구니 없고 끔찍하기까지 하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던 안일한 생각은 항상 예상외의 결과로 되돌아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인가? 묻고싶다. 지금까지는 ‘법앞의 평등’이라는 말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이 생긴다. 적어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가 살아있는 한 이런 일들은 일어 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총선은 끝났고 그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운동장이 기울어졌으면 바로 세워야 한다. 그 최전선에 서서 선전 선동과 왜곡, 가짜뉴스를 생산해냈던 곳이 바로 ‘언론‘ 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민노총이 장악한 언론에 대한 개혁 없이 입법권 회복은 요원한 것이다.
아울러 선관위에 대한 혁신적인 개혁없이 국민들이 신뢰 할 만한 선거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도 다시 증명되었다. 언제까지 윤석열 정부는 침묵하고 있을 것인가? 이제 3년 남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정권 초기에 하지 못했던 신적폐 청산과 개혁 드라이브를 이제라도 실행해야하지 않을까? 무슨 일이든 너무 늦은 법은 없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퇴의변은 ’민심은 항상 옳다‘였다. 하지만 나는 민심이 항상 옳은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민도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우민화 되어 가는 국민에게서 수준 높은 민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희망고문‘일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해서는 정치지형과 구도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용산부터 솔선수범해서 변해 불통 이미지를 없애고 여당은 비록 소수이지만 한마음으로 뭉쳐 정부와 혼연일체가 되어야만 이 격랑의 시기를 견뎌내고 다시 한번 꽃을 피울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다시 뛰는 당정이 되길 기대해 본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미래‘를 잃어 버릴 것이다.
아이뉴스엠 편집국장겸 논설실장 이 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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