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슬기사람 과학하다
역사 속의 유로메나·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 슬기사람 과학하다 = 이정모 지음.
자연사와 역사가 만나는 시작점에 과학사가 있다. '과학사'는 말 그대로 과학과 관련된 역사다.
국립과천과학관장인 저자는 지구에 살고 있는 3천여 만 종의 생물 가운데 과학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단 하나의 종인 호모 사피엔스(슬기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명의 탄생부터 생명복제시대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기술의 흐름을 더듬어보면서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방향도 모색하는 것이다.
슬기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것을 바꾸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 수렵·채집 단계를 넘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게 대표적 사례다. 벌판에 불을 질러 밭으로 바꾸고, 흐르는 물에 물길을 내어주며 농사를 지었다. 도시를 만들고 계급사회를 구성한 인류는 농업혁명을 거쳐 산업혁명에 이르며 풍요와 장수를 누리게 된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슬기사람의 시야는 획기적으로 넓어졌고, 우주와 생명의 비밀도 풀리기 시작했다. 미생물을 알게 되면서 건강해졌는가 하면, 전자를 사용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사용하게 됐다. 하지만 풍요와 장수의 결과로 인류세라는 대멸종을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과학사의 목적은 인류가 풍요롭게 살아남는 것"이라면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생긴 문제는 다시 과학과 기술로 풀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과학과 기술의 흐름을 제대로, 그리고 속 깊이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책은 제1장 '문명의 탄생'에서부터 제3장 '과학의 탄생', 제6장 '중세의 과학', 9장 '산업혁명과 진화론', 10장 '원자에서 우주까지', 11장 '생물학의 탄생과 발전'까지 모두 11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살림. 316쪽. 1만6천원.
▲ 역사 속의 유로메나 = 박단 외 지음.
유럽의 역사는 이웃 지역과 갈등·교류의 연속이었다.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유럽의 정체성과 영역은 갈수록 뚜렷해졌고, 유럽인은 유럽다움과 유럽답지 않음을 구분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우리'라는 유럽인과 '너희'라는 비유럽인 사이의 관계가 형성됐다.
유럽의 형성과 발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지역이 메나(Middle East & North Africa·MENA), 즉 오늘날의 중동과 북아프리카다.
다양한 민족이 함께 생활하는 유럽 대륙에서 유럽인이 '우리'와 '너희'를 구분하는 일차적 기준은 오랫동안 크리스트교인과 비크리스트교인, 즉 종교였다. 유럽과 이웃한 메나는 이슬람 지역으로, 크리스트교 문명의 유럽에 때로는 위협적인 존재로, 때로는 멸시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2019년 설립된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는 균형 잡힌 역사 연구를 위해선 유럽과 메나 두 문명의 종합적 고찰이 필요하다며 그 해에 첫 학술대회를 열었다. 그 결과물인 이번 책은 각계 연구자 25명이 두 문명권의 교류와 갈등에 대해 융합적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에코리브르. 438쪽. 2만5천원.
▲ 디지털 안보의 세계정치 = 김상배 외 지음.
글로벌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갈수록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두드러진 양상은 기술 변수와 안보 문제의 만남이다.
서울대학교 미래전연구센터가 펴내는 총서의 네 번째 책인 이 연구서는 '디지털 기술'이 야기하는 문제가 양적으로 늘어나고 질적으로 변화하면 국가안보의 문제로 비화한다는 진단 아래,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안보경쟁을 논의한다.
'복합지정학'의 시각에서 이해한 양국의 디지털 안보경쟁은 자원경쟁이나 기술경쟁을 넘어서 표준경쟁 또는 플랫폼 경쟁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공저자 10명이 함께 펴낸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에서 미중 경쟁과 국제질서의 맥락을 읽게 한다. 이를 위해 사이버전·전자전 영역, 사이버심리전, 군사정보·데이터 안보 영역에서 두 나라의 경쟁 양상을 들여다본다.
한울엠플러스. 344쪽. 3만9천원.
<기사제공=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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